낡은 사진관 한 곳이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빛바랜 간판에는 "추억을 담는 곳"이라고 흐릿하게 적혀 있었죠. 사진관 안에는 낡은 카메라들과 흑백 사진들이 먼지 쌓인 채 진열되어 있었고,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 사진사가 홀로 그곳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찾아오는 손님들의 모습을 정성껏 카메라에 담아주었고, 그의 사진 속에는 찍는 사람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특별한 소문이 있었습니다. 슬픈 표정으로 찾아온 손님은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고, 지친 얼굴의 연인은 서로를 따뜻하게 바라보고 있었죠.
어느 날, 젊은 여성이 낡은 사진 한 장을 들고 사진관을 찾아왔습니다. 흑백 사진 속에는 젊은 시절의 그녀와 환하게 웃고 있는 한 남자가 함께 있었죠. 여성의 눈가에는 촉촉한 눈물이 맺혀 있었습니다. 그녀는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연인과의 행복했던 순간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다고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할아버지는 말없이 사진을 받아 들고 잠시 동안 그 사진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낡은 카메라를 꺼내 천천히 셔터를 눌렀습니다. 며칠 후, 여성이 사진관을 다시 찾았을 때, 할아버지는 그녀에게 새로운 사진 한 장을 건네주었습니다.
사진 속에는 흑백 사진 속 젊은 여성의 모습은 그대로였지만, 옆에 있던 남자의 얼굴은 더욱 선명하고 따뜻한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마치 지금이라도 말을 걸어올 듯 생생한 모습이었죠. 여성은 사진을 받아 들고 감격한 듯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녀는 사진 속 연인의 따뜻한 미소를 한참 동안 바라보며, 가슴 속에 깊이 간직했던 그리움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