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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 꿀떡이의 하루 일과
    • 작성자
    • 박수미
    • 작성일
    • 2025-05-18
    • 조회수
    • 10
  • 그런데 그 화단에는 다른 특별한 존재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바로 할머니가 키우는 아주 뚱뚱한 달팽이 꿀떡이였죠. 꿀떡이는 느릿느릿 화단 곳곳을 돌아다니며 꽃잎을 갉아 먹는 것을 좋아했지만, 신기하게도 할머니가 가장 아끼는 꽃만은 절대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하루는 옆 동에 사는 장난기 많은 아이가 꿀떡이를 발견하고는 재미있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아이는 꿀떡이의 등껍질에 작은 장난감 자동차를 올려놓고 달팽이 택배 간다!라고 외치며 꿀떡이를 화단 여기저기로 몰고 다녔습니다.

    느릿느릿 움직이는 꿀떡이의 모습이 우스워서 아이는 한참 동안 꿀떡이와 놀았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할머니도 빙긋 웃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아이는 매일 할머니의 화단에 찾아와 꿀떡이와 함께 놀았고, 꿀떡이는 아이의 장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화단을 돌아다녔습니다.

    어느 날, 할머니가 아끼던 튤립 한 송이가 시들기 시작했습니다. 할머니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튤립을 바라보았고, 아이도 시무룩한 표정으로 튤립 옆에 앉았습니다. 그때, 꿀떡이가 느릿느릿 튤립에게 다가가더니, 자신의 끈적한 점액으로 시든 꽃잎을 조심스럽게 감싸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꿀떡이가 감쌌던 튤립이 다시 싱싱하게 피어난 것이었습니다! 할머니와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꿀떡이를 바라보았고, 그 후로 꿀떡이는 단순한 달팽이가 아닌, 할머니의 소중한 꽃들을 지켜주는 특별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아이는 더 이상 꿀떡이의 등껍질에 장난감 자동차를 올려놓지 않았습니다. 대신 매일 꿀떡이에게 맛있는 상추를 가져다주었고, 할머니와 아이는 함께 꿀떡이가 꽃들을 돌보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았습니다.

    그 낡은 아파트 단지의 작은 화단에는, 오늘도 뚱뚱한 달팽이 꿀떡이가 느릿느릿 꽃들 사이를 거닐고 있을 겁니다. 엉뚱한 아이의 장난과 꽃을 사랑하는 할머니의 마음 속에서, 꿀떡이는 오늘도 특별한 방식으로 그들의 작은 행복을 지켜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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