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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 계산기의 능력
    • 작성자
    • 박수남
    • 작성일
    • 2025-05-19
    • 조회수
    • 16
  • 어느 날, 한 젊은 남자가 떨리는 손으로 작은 꽃다발을 계산대로 가져왔습니다. 계산기에 꽃다발 가격을 누르는 순간, 화면에는 아주 짧은 글자가 나타났습니다. "떨려… 좋아해…" 슈퍼마켓 주인 할아버지는 그 글자를 보고 빙긋 웃으며 남자를 따뜻하게 응원해 주었습니다.

    다음 손님은 잔뜩 지친 표정의 회사원이었습니다. 피로회복 드링크를 계산대에 올려놓자, 계산기 화면에는 "집에 가서… 푹 자고 싶다…"라는 글자가 나타났습니다. 할아버지는 조용히 회사원에게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어요."라고 건네며 따뜻한 위로를 전했습니다.

    신기한 계산기의 소문은 곧 동네에 퍼져나갔고, 사람들은 자신의 속마음이 어떻게 비칠까 궁금해하며 슈퍼마켓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이는 감추고 싶었던 비밀이 드러날까 봐 조심스러워했고, 어떤 이는 자신의 진심이 전달될 수 있을까 기대했습니다.

    어느 날, 슈퍼마켓에 늘 무뚝뚝한 표정의 할머니 한 분이 찾아왔습니다. 할머니는 낡은 빵 한 봉지를 계산대에 올려놓았고, 계산기에 가격이 찍히는 순간 화면에는 아주 따뜻한 글자가 나타났습니다. "손주… 보고 싶다…" 할아버지는 그 글자를 보고 조용히 빵 한 개를 더 봉투에 넣어드렸습니다.

    신기한 계산기는 때로는 웃음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계산기를 통해 서로의 속마음을 엿보면서,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는 다른 따뜻함과 어려움을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슈퍼마켓 주인 할아버지는 그 계산기의 능력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그저 계산기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작은 친절을 베풀 뿐이었죠. 할아버지에게 그 계산기는 단순한 물건 가격을 계산하는 도구가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이어주는 작고 신비로운 창문과 같았던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 주변의 평범한 물건들 속에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특별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지도 모릅니다. 계산기처럼 사람들의 속마음을 보여주지는 못하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물건을 사용했던 사람들의 흔적과 추억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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