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을 향해 삐죽 솟아 있는 옥상에는 비밀스러운 정원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곳은 아파트 주민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단 한 사람, 바로 70대 후반의 외로운 할아버지만이 가꾸는 특별한 공간이었죠.
할아버지는 밤마다 옥상으로 올라가 작은 텃밭을 일구고, 형형색색의 꽃과 이름 모를 풀들을 정성껏 돌봤습니다. 도시의 야경 아래 펼쳐진 할아버지의 정원은 작지만 아름다운 비밀의 화원과 같았습니다. 꽃들은 밤의 어둠 속에서 더욱 선명한 색깔을 뽐냈고, 풀잎들은 달빛에 은은하게 빛났습니다.
할아버지는 정원의 식물들에게 조용히 말을 걸기도 하고, 오래된 낡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잔잔한 음악을 들려주기도 했습니다. 그에게 그곳은 단순한 텃밭이 아닌, 세상과의 유일한 소통 창구이자 마음의 안식처였죠.
어느 여름밤, 할아버지는 정원에 핀 하얀 꽃 한 송이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 꽃은 밤이 되자 더욱 짙은 향기를 내뿜었는데, 할아버지는 그 향기를 맡고 있노라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