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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 그림의 효과
    • 작성자
    • 이승엽
    • 작성일
    • 2025-05-19
    • 조회수
    • 9
  • 지하철역, 환승 통로 한쪽 벽면에는 매일 다른 그림이 그려지는 신기한 벽이 있었습니다. 아침에는 활기찬 도시 풍경이 그려져 있다가, 점심시간이 되면 맛있는 음식 그림으로 바뀌고, 퇴근 시간에는 노을 지는 하늘과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나타나곤 했죠.

    사람들은 매일 바뀌는 벽화를 보며 신기해했지만, 누가, 어떻게 그림을 그리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습니다. 어떤 이는 밤마다 몰래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가 있을 거라고 추측했고, 어떤 이는 인공지능 로봇이 그린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늦은 밤까지 야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한 젊은 직장인이 환승 통로를 지나다가 우연히 벽화의 비밀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벽면 뒤쪽의 작은 문이 살짝 열리더니, 아주 작은 요정들이 붓과 물감을 들고 나와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요정들은 손바닥만 한 크기에 반짝이는 날개를 가지고 있었고, 형형색색의 물감을 능숙하게 사용하며 벽면을 아름다운 그림으로 채워나갔습니다. 그들은 마치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그림을 바꾸는 것처럼, 새벽이 밝아오기 전에 재빠르게 그림을 완성하고 사라졌습니다.

    다음 날, 젊은 직장인은 자신이 본 놀라운 광경을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했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그저 그가 야근에 지쳐 헛것을 본 것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그 직장인은 매일 밤 환승 통로를 찾아 요정들이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요정들은 때로는 즐거운 표정으로 콧노래를 부르며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때로는 진지한 표정으로 섬세한 붓놀림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들의 그림은 단순한 풍경이나 음식을 넘어, 그날 지하철역을 오가는 사람들의 소망이나 감정을 담고 있는 듯했습니다.

    어느 날, 직장인은 용기를 내어 작은 꽃 한 송이를 벽면 아래에 놓아두었습니다. 다음 날 밤, 요정들은 그 꽃을 발견하더니 벽화 속에 아름다운 꽃밭을 그려 넣었습니다. 그 그림은 그날따라 힘든 하루를 보낸 직장인의 마음에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듯했습니다.

    그 후로 직장인은 매일 밤 작은 선물을 벽화 아래에 놓아두었고, 요정들은 그의 마음에 화답하듯 더욱 아름답고 따뜻한 그림을 벽면에 그려 넣었습니다. 비록 다른 사람들은 알지 못했지만, 복잡한 지하철역 환승 통로의 벽면은 요정들과 마음 따뜻한 직장인의 비밀스러운 소통 공간이 되었던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들이 매일 지나치는 평범한 공간 속에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신비로운 존재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우리에게 작은 위로와 아름다움을 선물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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