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소녀가 공원을 찾았습니다. 다른 놀이기구들은 화려하고 재미있어 보였지만, 소녀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낡은 그네였습니다. 소녀는 조심스럽게 그네에 앉아 발을 구르기 시작했습니다.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네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소녀는 바람을 느끼며 조용히 눈을 감았습니다.
그때,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소녀의 귓가에 아주 작은 목소리가 들려온 것입니다. "오랜만이구나…"
깜짝 놀라 눈을 뜬 소녀는 주변을 둘러봤지만 아무도 없었습니다. 다시 그네를 타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좀 더 또렷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우리는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었지…"
소녀는 조심스럽게 그네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저… 누구세요?"
그러자 그네가 나지막이 대답했습니다. "나는 이 자리에 오랫동안 있었단다. 수많은 아이들이 나를 타고 웃고 울었지. 너도 그중 하나일 거야…"
소녀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습니다. 왠지 모르게 그네의 목소리가 낯설지 않았습니다. 마치 아주 오랜 옛날, 어린 자신이 이 그네를 타며 즐거워했던 기억이 희미하게 떠오르는 듯했습니다.
그날 이후로 소녀는 매일 공원을 찾아 낡은 그네를 탔습니다. 그네는 소녀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소녀의 고민을 들어주기도 했습니다. 낡은 그네는 소녀에게 단순한 놀이기구가 아닌, 시간을 넘어선 특별한 친구가 된 것입니다.
시간이 흘러 소녀는 어른이 되었고, 더 이상 그 공원을 찾지 않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문득 어린 시절 낡은 그네와 나누었던 따뜻한 대화가 떠오르곤 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마음속에는, 언젠가 다시 그 공원을 찾아 낡은 그네에 앉아보리라는 작은 소망이 남아있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오래된 사물들 속에는, 시간을 초월한 특별한 기억과 따뜻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지도 모릅니다.